심리코칭연구소C&C/[용선생 이야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해하기#1 자율신경계에 따른 우리 몸의 생존반응

이용희(용선생) 2020. 2. 1. 01:32

외상(trauma)을 겪은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언어적 심리치료와 신체에 기반한 심리치료 사이의 간격을 서로 연결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외상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상담이 필요하고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신경생물학 이론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신체적인 증상을 치료해야 한다.
상담자는 이론적 기초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내담자를 이론에 맞추기 보다 이론을 내담자 개개인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외상은 신체에 직접 해를 주지 않아도 생길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경험의 일종이다. 그러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지 정신적인 질환이 아니라 신체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 증상 중 하나가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흥분 상태의 지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와 신체가 외상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고 기억하며, 지속시키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 출처 : https://brunch.co.kr/@sorekitan/16


과거에 개에게 물렸던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은 개를 볼 때마다 괴로웠다. 개를 스쳐가기만 해도, 심지어 개가 집 안이나 창문, 담 너머에 있어도 식은땀을 흘리고 입이 바짝 마르고 어지러워진다.

사실 그 사람은 사나운 개에게 습격당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동시에 그 개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이성적인 생각은 그 사람의 신경계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사람의 신체는 마치 다시 공격을 받는 것처럼 이미 반응하여 마비된 것이다.

자율신경에 따른 우리 몸의 생존반응

외상에 따른 과도한 흥분 상태는 뇌간과 대뇌피질 사이에 위치하는 변연계에 의해 관장된다. 이 부분은 생존에 관련된 활동과 감정 표현을 비롯해 스트레스에 맞서거나 도피할 때 나타나는 본능적인 방어 행위 등을 조절한다. 또한 깊은 정서와 관련 있는 기억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변연계는 신체의 상태를 파악한 다음, 자율신경계로 신호를 보내 휴식을 취할지 일을 지속할지를 결정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교감신경은 주로 활동이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고, 부교감신경은 휴식 및 안정 상태와 관련이 있어서 이 둘은 기능적으로 서로 상보적 관계에 있다.


그림 출처 :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트라우마 / 소울메이트


그림에서 보듯이 외상 사건이 끝나고 스트레스를 극복했거나 회피했을 때 코티졸이 경고 작용과 에피네프린, 노르에페네프린 생산을 중지시키고 신체를 원상태로 회복시켜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는 부신이 경고반응을 중지시킬 만큼 코티졸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정상인보다 코티졸 수치가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쟁, 도피, 마비 반응은 자율신경에 따른 생존반응이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변연계에서 신체의 힘이 적당하고 시간과 공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신체에 도피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시간은 없지만 방어할 만큼 힘이 있다고 변연계가 판단하면, 외부의 상황에 맞서 싸우도록 명령을 한다. 싸울 힘도 없고 도망갈 힘도 없어서 곧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는 현실감각이 사라진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어떤 두려움이나 고통도 별로 없다. 설령 상처를 입고 죽음에 이르게 되어도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가해자는 일단 공격 대상이 움직이지 않으면 관심을 잃기 때문에 이렇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았을 때는 온몸이 굳어지는 얼음반응을 일으키는 편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반응을 생각하고 판단한 결과가 아니란 것이다.

변연계가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외상 사건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존 반응이다. 그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위협이 사라지고 무사히 살아남은 상태에서도 자율신경계가 계속 흥분된 상태로 남아 있다. 위에 언급했던 사람이 개에게 물린 사건 이후 다시 공격받은 적이 없지만, 개와 마주칠때마다 몸과 마음이 과거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 반응을 하는 것은 비록 과거의 일이라 하더라도 지금 겪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변연계는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개의 기관이 존재한다. 해마와 편도체가 그것이다. 이 두 영역은 외상 사건을 기억하고 분류하며, 다시 회상하는 데 주로 관여한다. 편도체는 매우 긴장된 감정적인 기억을 처리하는 데 관여한다. 그러므로 외상 사건을 겪는 동안이나 그 기억을 회상할 때 활성화된다. 이와 반대로 해마는 사긴이 일어난 시간과 공간 등의 배경을 처리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기억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즉 해마는 사건의 시작, 중간 과정, 결말을 처리하는데, 외상 사건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해마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는 충격적인 위협과 같은 외상을 겪게 되면 해마의 활성이 억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며, 이때 해마에서 외상 사건을 기억하고 처리하는 통상적인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 계속 생각나면서 정작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핵심 증상 중 하나인 “플래시백(flashback)”이다. 이렇듯 회상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과거의 충격이 다시 살아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