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코칭연구소C&C/[용선생 이야기]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 / 긍정 오류 편향과 부정 오류 편향

이용희(용선생) 2020. 1. 26. 22:07

[ 제1종 오류(type I error)와 제2종 오류(type II error) ]

제1종 오류는 사실이 아닌 것을 맞다고 판정하는 오류로서 기각해야 할 가설을 채택하는 오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를 암이라고 판정을 내렸으나 사실은 암이 아닌 경우가 그렇다. 또한 임신을 안 했는데 임신이라고 판정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를 “긍정 오류(false positive)”라고 한다.
반면 제2종 오류는 맞는 걸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하는 오류로서 있는데 없다고 판정하는 실수, 채택해야 할 가설을 기각해버리는 오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렸는데 안 걸렸다고 잘못 판단하는 상황, 임신을 했는데 안 했다고 잘못 진단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이를 “부정 오류(false negative)”라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와 같은 종류의 실수를 종종 범하곤 하는데,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 중에서 어떤 오류가 우리 삶에 더 치명적일까? 다시 말해, 숲 속에 사실은 뱀이 없는데 그곳에 뱀이 있다고 믿는 실수가 치명적일까? 아니면 사실은 숲 속에 뱀이 있는데 그곳에 뱀이 없는 것 같다고 여기고 그 길을 가는게 더 치명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2종 오류가 더 치명적이다. 뱀이 없는데 뱀이 있다고 착각했을 때는 칼로리를 좀 더 소모한 것 외에 실제로 잃은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무언가가 실제로 위험한데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행동하는 것 즉, 뱀이 있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뱀이 없다고 판단 내리는 실수가 더 치명적일 것이다. 이런식이면 진화상으로 “지속”이 불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만일 수풀에서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길에 잠복해 있던 사자나 배고픈 곰에게 쉽게 잡아먹힐 수 있다. 그러므로 진화상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불확실하고 모호한 자극이라도 일단은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 즉 긍정 오류로의 강력한 편향을 타고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이다.


이솝 우화 <양치기 소년>을 떠올려보자.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해 마을에 소동을 일으킨다. 동네 사람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늑대를 잡기 위해 무기를 가지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수고를 하지만 헛일이 되고 만다. 이렇게 처음에는 양치기 소년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제1종 오류를 범하게 된다. 헛소동이 벌어졌을 뿐 치명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소년이 두 세번 반복해서 거짓말을 하자, 나중에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양치기 소년이 아무리 소리쳐도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제2종 오류를 범하게 된 것이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을 잃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가 벌어진 것이다.

양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에서 오류의 치명성을 생각해보면, <양치기 소년> 우화의 교훈은 아무리 소년의 거짓말에 놀아나 웃음거리가 된다고 해도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외침을 한 번이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거짓말이라고 간주하는 오류는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뇌는 제1종 오류보다 제2종 오류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뱀이 나타났다”는 같은 외침에 매번 반응하도록 우리 뇌는 진화해왔다. 우리를 놀라게 한 어떤 소리가 숨어 있던 맹수가 아니라, 뛰노는 아이들이나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무리에서 온 것임이 밝혀지더라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래도 처음에는 그 소리를 자동적으로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 이롭다. 우리 모두는 생존에 절대적으로 민감한 “겁쟁이들의 후손”이다. 뭔가 길쭉한 것만 봐도 “저거 뱀일지도 몰라” 하면서 늘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현상에 민감한 겁쟁이들이다.

하지만 강렬한 감정과 이에 수반되는 운동 반응이 만성적인 것이 되어 버리면 우리를 위하고, 안내하고, 보호해주던 그 감정은 바로 해가 되고 우리로부터 등을 돌리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