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부모와의 관계에서 자녀시절에 저는 그저 순종하는 개와 같았어요
부모님 말씀이라면 꾸벅 죽었지요
그게 오히려 편안했어요. 책임질 일은 없었으니까...
결혼을 하고 남편으로서의 삶도 비슷한거 같네요
아내가 중국에서 왔어요. 모계중심 사회이다보니 상당히 강해요.
저는 갈등하고 싸운게 싫어요. 내가 몇 마디 하면 곧잘 싸움이 되드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아무 말 잘 안하고 참아요.
그래서 얌전한 토끼죠...
그러나 속에서는 편하지는 않아요...
아빠 역할을 할 때가 그래도 제일 마음이 편해요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있는 시간이 오히려 좋습니다.
시달리긴 해도 말이지요..
눈치 볼 일은 없으니까요...
저는 한 집안의 장손이었죠..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주눅 들어 있고, 기가 죽어 있는 상태라고 할까요.
여자 손에 서만 자란 몸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어요...
남편으로서의 삶은 어쨌든 내 가정을 잘 지켜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엄한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그러나 아이와 놀때는 재밌게 하려고 합니다.
내가 갖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내 아이에게는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예요.
그러나 때때로 올라오는 호랑이 모습에 아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역시 아빠 역할을 할 때가 제일 마음은 편합니다.
저는 자녀시절에 사랑받고 자랐다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냉냉하고 차가웠죠
외로움도 많았구요
그래서 모여 있는 병아리 모습으로 표현해봤어요
저렇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남편으로서는 젖소입니다.
늘 항시 젖을 짜내는 모습이지요
그만큼 일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젖을 짜내고 집으로 돌아가 아빠 역할을 할 때는
지치고 피곤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힘쎈 물소처럼 놀아줘야 해요.
이 시대를 사는 아버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밖에서 재화를 획득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고, 안으로 들어와 챙겨야 할 것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아내와 어머니 갈등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해야 하기도 하고,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놀아줘야 합니다.
어떤 분위기라면 모든 걸 저리 밀치고 자기 휴식으로 들어갈 법도 한대 말입니다.
많은 교육과 사회 분위기로 아버지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한 몫했다는 생각입니다만
일면 점점 지쳐가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항시 젖을 짜내는 아버지, 이 아버지는 과연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투자하고 있을까요?
다른 아버지들의 제안이 감사했습니다.
스테미너(보양)식을 챙겨 먹을 것
자기만의 시간과 취미 활동을 해볼 것
아내와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자기 입장을 표현해 볼 것...
아버지들간에 서로를 위해 제안해주는 경험들이 무척 소중합니다.
자녀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때때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역할간 갈등을 적절히 조율해 나가기, 어떤 역할을 즐기된, 어떤 역할에 집중하기...
당장은 아이들이 어려서 하루의 비타민 같은 마음에 아이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보일지 몰라도
그래도 최우선에 둬야 할 것은 바로 남편으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정 행복 중심에 "부부"가 함께여야 함을 오늘도 상기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