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너무 철이 없어요. 생각도 없고 너무 어린 것 같아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초등 6학년 담임 선생님의 하소연입니다.
얼마 전 아이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며 그 마음을 바로 잡아달라는 의미로 찾아간 시골의 한 초등학교
별 소리 아닌데도 시끌벅적 과도하게 웃어제끼는 아이들...
표정은 웃지 않으면서 소리로만 요란하게 웃는 아이들을 대면하면서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나 같이 친해보이던 아이들...
그러나 각자를 표현할 피규어를 선택하고 한 가운데(교실 중심)를 중심으로 자기네들의 각자 위치를 정하라고 하자 위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여러분들의 모습이 어때보이나요?"
이 한마디는 실로 강력합니다.
"어~ 끼리끼리네요", "그럴 줄 알았어요"
겉으로 친해보였던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에 집중해 상담을 진행하려는 순간!!!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된대는 담임선생님 영향이 너무 커요"
그렇게 크게 웃어 제끼던 한 여자아이의 볼멘 소리입니다.
이게 과연 무슨 말일까요?
"아마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우리를 억지로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오히려 더 좋았졌을 거란 말이지요"
담임선생님과 어떤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후 아이들에게 담임선생님을 선정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재배치된 아이들의 모습...바로 아래
포악스러운 표정과 자세의 담임선생님의 등장은
아이들을 오히려 교실 밖으로 내 쫓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아이들은 한 번 억지, 가식적인 웃음 없이 그동안 불편했던 자기 마음을 온전히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담임선생님 성토대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는 내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심적 고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가 마냥 어린줄 알아요. 우리도 다 생각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아요.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나오는 이상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우리가 선생님을 위해서 우리 반을 위해서 얼마나 수고하는지 선생님은 몰라요. 우리에게 관심도 없어요..."
정말 한심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담임 선생님을 빼내보자, 아이들의 위치가 다시 조정되었습니다.
아까의 끼리끼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입니다.
진실이 무엇이건, 아이들의 마음안에서 선생님은 그들 관계 형성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게 분명합니다.
빈 의자를 두고 그동안 담임선생님에게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말들과 감정을 표현시켰습니다.
눈물로 범벅된 교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선생님과 무엇인가 함께하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했습니다.
묵었던 부정적 감정이 풀어지자,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험악하고 포악한 모습도 있었지만, 우리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우리를 의심없이 바라봐주었던 모습, 순한 양의 모습도 기억했습니다.
"지금 이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때요"
"바로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예요. 선생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하루라도 좋으니 우리끼리, 혹은 선생님과 함께 근처 여행이라도 가서 마음을 풀고 싶어요"
선생님이 이 모습을 회복하게 하기 위해 우리 친구들이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도 탐색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만큼 어리지 않았습니다.
어설프긴 해도 각자의 생각과 입장이 있습니다.
어른의 논리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진실을 만날 수 없지요...
학교 담임선생님들의 고충을 이해합니다.
지도하는 입장에서 상담을 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이중관계이니까요...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들어볼 수 있음은 필요한 일입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에 보다 다른 시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