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권에서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지하벙커가 작년에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광주마당에서 주관하는 "혁명의 도시, 광주 순례길" 행사에서 이 길을 찾아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동행을 했답니다.
광주에는 5.18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지명이 참 많습니다.
5.18기념공원, 5.18 자유공원, 5.18 민주광장 등등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1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일대에 5.18 역사공원이 새롭게 조성되었답니다.
이곳은 예전에는 군 정보기관이었던 505보안부대가 있었던 자리인데요
악명높고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는 505보안대였으니 아마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기 싫었을 곳입니다.
오래된 건물에 잡풀과 쓰레기로 쌓여 있던 곳을 광주시민의 역사의 공간으로 마련하던터에
뜻하지 않게 발견된 곳이 여러 곳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지하벙커였습니다.
유류고, 지휘소(추정) 등으로 사용되었던 흔적들을 볼 수 있었고, 넓은 평야지대에 콘크리트를 두껍게 만들고
그 위에 위장 및 보호용 흙을 덮어놓은 흔적을 볼 때 당시 조선 민중들의 징용이 얼마나 극심했을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주말 아침 일찍 이곳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해설 및 인솔 선생님의 안내 설명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높은 건물과 아파트, 상가가 즐비한 상무지구와 쌍촌도 일대의 지형에 따른 군사 요충지로서의 입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일제시대 활주로로 사용된 지역과, 탄약고, 유류고가 발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상무대가 위치하면서 대한민국 초급장교들의 요람이 되었던 곳인데,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이 곳이 군사요충지로서의 주요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현재도 근처에 광주공항과 공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지요.
이 일대가 높은 산이 없고, 평야지대에 광주천과 영산강이 흐르니 탁 트인 곳에 활주로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늘 여정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가기 앞서 (사)광주마당이 본 행사를 주관하는 취지를 담고 있는 글을 다같이 읽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030년이면 5.18민주항쟁이 50주년이 되는 해로서, 2020년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함께 걷는 길을 운영하고 계시는 것인데, 그 취지가 너무나 감동스러워 이후에도 꾸준히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첫 번째 찾아가는 지점은 가장 최근에 발견된 유류보관소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였습니다.
5.18 역사공원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쪽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곳인데요.
가는 길에 "충정마을"이라는 안내비석을 만났습니다.
상무대가 있던 당시, 30년 장기근속 하사관들을 위한 숙소 중심으로 마을이 조성되었던 기념비였습니다.
지금도 지도에는 "하사관 마을"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으니, 그 역사가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토록 자주 지나다니던 도로인데, 이제서야 이것이 눈에 띄다니요.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다시 원위치 5,18역사공원으로 돌아와서 조성된 공원에 아랫부분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일본군 지휘소(추정)로 쓰였을 완벽한 지하벙커였습니다.
출입구를 2개로 만들어놨으며, 굉장히 두꺼운 콘크리트에 흙을 뒤덮은 위장까지, 그리고 내부에는 전기시설, 통풍 시설 등이 있어서 이곳이 단순한 보관창고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합니다.
당시 강제노역에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동원되었을지...참으로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입구가 거대한 콘크리트로 막혀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보지 못한 벙커도 찾아가봤습니다.
505 보안부대가 있어서 일반 시민들은 얼씬도 할 수 없었던 이곳에
이렇게 엄청난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아픈 상처, 기분 나쁜 곳이지만,
도심에 이런 정도의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광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하니, 이곳의 보존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한 이유는 8.15 광복 이후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배우며 지금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러한 역사의 흔적은 의미 있습니다.
요 며칠 우울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터에
한숨 더 자고 싶은 주말 아침의 유혹을 물리치고
용기내어 나선 발걸음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우리 역사를 알고, 내가 사는 고장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하는 길
역사의 길목에서 한 페이지를 열어보는 기분
낯설지만 알아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기로 마음 먹어보는 하루였습니다.
#사진내 초상권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메인화면에 있는 연락처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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