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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코칭연구소 C&C : 부안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가정을 만나다

이용희(용선생) 2012. 9. 23. 23:18

부안종합사회복지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초대를 받아 전남 화순에 있는 금호리조트에 다녀왔습니다.

부안복지관은 부안종합사회복지관,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함께 있는 곳으로 제가 2006년 3월~2009년 1월까지 약 3년여간 상담교육팀장으로 근무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부안을 떠나온지 4년여만에 다문화가정 캠프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울고, 웃고 함께했던 지난 세월이 새록거리며, 옛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금호화순리조트로 향했습니다.


[사진] 사토코씨 둘째 딸 화영이와 함께


저녁식사 이후 이주여성들을 모시고 심리극을 진행했습니다.

간단한 신체 워밍업과 명상 과정을 통해 모두 네 명의 예비 주인공이 나오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교회목사님, 술만 마시면 폭력하는 남편, 2년 동안 보지 못한 친정 어머니, 나를 무시하는 시어머니...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올라오는 감정에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사진] 심리극에 참여하기 위한 예비 주인공


네 분 모두의 이야기를 간단히 들어본 후, 예비 주인공 네 명이 모여 누구를 오늘의 주인공으로 할지를 상의토록했습니다.

사실 어디 초대 받아서 갈 경우, 어떤 분을 주인공으로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디렉터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한 번에 한 분의 주인공을 할 수 밖에 없는 심리극의 특성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심리극은 시작되었고, 여러 동네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야~! 야~!!!"라며 나를 무시하는 시어머니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때로 나를 예뻐해주시도 하지만, 유독 나를 무시하는 멘트를 들을 때 오는 서러움을 가눌 길 없어 한없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중국 출신이며 두 딸아아의 엄마의 ###씨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진행했습니다.


[사진] 동네 사람들 앞에서 나를 무시하는 시어머니

그동안 시어머니에게 불평불만 못하고 서럽게 울기만 했던 고정된 삶의 역할에서 벗어나, 맺혔던 서러움과 분노를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 가운데 있는 분노를 표현하고, 힘없이 쓰러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돼~"

나를 예뻐해주기도 했던 시어머니였던지라, 자기 안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여겼던 주인공은 드라마를 통해 자기 감정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힘없이 쓰러져 있는 자기를 일으켜 세우다

[사진] 일으켜 세운 자신을 꼭 안아주며 위로하다 "괜찮아~ 괜찮아~"


자기를 위로함으로써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까지도 통합해내고, 남편으로부터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를 예뻐해주는 시어머니를 다시 만남으로 주인공은 원래의 자기 밝음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마친 후 마음 속의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고,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주인공의 소감이 소중했습니다.


[사진] 드라마를 마친 후 소감을 나누는 주인공


[사진] 모두의 소감나누기를 마친 후 최종적인 소감을 확인하다


이렇게 해서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을 모시고 의미있는 심리극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제가 다문화가정사업과 인연이 된 것은 2005년으로 거술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저는 상담 및 심리치료의 초보자였고, 심리극 또한 많이 서툴렀던터라,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결혼 이주하여 한국에 온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상당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해 두 해를 거치며 이들과의 만남에서 귀한 깨달음을 얻었었지요.

무조건적으로 우리의 것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한국말로 -되든, 안되든-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래야 이들이 한국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부터인가, 저는 이들에게 프로그램 마친 소감을 자기네 언어로 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소감을 내가 꼭 이해할 필요가 있겠나? 그저 당신의 경험하고 느낀 바를 편하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아직도 서툴러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초의 용광로-모든 것을 융해해버리는-주의를 경계하며, 서로가 각가 자신의 개성과 독특함을 유지하되, 그것이 사회와 집단에 기여하도록 하는 "모자이크"주의를 우리는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 하나는 별 것이 아니지만, 그 하나가 모여 우리가 되고, 그 우리는 이미 새로운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배운 심리극이 다문화가정의 치유와 성장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음은 더 없는 축복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